[커피] 커피숍 경영의 역사와 오늘... 공간의 이해 ⓵
본문
-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막상 집을 나서니 갈 곳이 없을 때,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
- 가성비가 충분하다고 느끼는 곳! 커피숍
- 카페 이야기의 음과 양
□ 커피 공간은 왜 늘 ‘문제의 현장’이 되는가
카페는 언제나 시대의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공간이었다. 1940~70년대 다방은 문학과 예술, 정치 담론이 오가던 살롱이었고, 오늘날의 카페는 공부와 업무가 공존하는 ‘제3의 공간(third place)’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커피 공간을 둘러싼 갈등의 구조는 놀라울 만큼 반복되고 있다. 과거 다방의 ‘외상 손님’과 오늘날 카페의 ‘카공족’은 서로 다른 시대의 산물이지만,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과 그로 인한 경영 위기는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 다방과 스터디카페,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장시간 점유와 낮은 회전율의 딜레마에 있다. 과거 다방의 대표적 문제는 ‘커피 한 잔으로 하루 종일 머무는 손님’이었다. 문학인과 지식인, 이른바 ‘고등 룸펜’들은 다방을 아지트처럼 사용하며 정치·사회 담론을 논했지만, 이는 업주에게 누적 적자로 돌아왔다. 외상 문화와 용돈 차용까지 더해지며 다수의 다방은 결국 폐업의 길로 들어섰다. 오늘날 스터디카페와 카페 역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노트북과 멀티탭을 이용해 장시간 체류하는 ‘카공족’은 테이블 회전률을 낮추고, 전기·관리 비용을 증가시킨다. 특히 소규모 개인 카페의 경우 점심시간 회전률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러나 불만 제기는 곧바로 SNS 평판 리스크로 이어지며, 업주는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둘째, 커피 가격 논쟁과 소비문화의 이중성이다. 1969년 『주간조선』에 실린 〈커피 한잔〉은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샐러리맨을 조명했다. 이는 2010년대 ‘밥값보다 비싼 커피’ 논쟁과 정확히 겹친다. 커피는 일상재이자 사치재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며, 가격 논란은 시대를 초월해 반복된다. 이러한 소비문화는 품질 왜곡으로도 이어졌다. 다방 시절 ‘꽁초, 톱밥, 소금, 계란껍질’을 넣어 추출량을 늘리던 관행은 가격 경쟁이 품질을 잠식한 대표적 사례다. 반면, 1970년대 커피믹스와 자판기의 등장은 편의성과 대중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었다.
□ 공간의 재정의: 스타벅스 이후의 변화
1999년 국내 스타벅스 1호점의 등장은 카페를 ‘음료 판매 공간’에서 ‘사회적 경험의 장소’로 재정의했다. 자체 블렌딩 원두, 음악, 서비스, 그리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커스터마이징은 소비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했다. 최근에는 리저브 매장,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그리고 MD 상품을 통해 카페를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커피에 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 일본의 ‘치매카페’, 국내 청소년·취약계층을 위한 재능기부 카페 사례는 카페가 지역사회와 연결된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커피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새로운 전략이다.
□ 커피 공간의 미래는 소비를 넘어 ‘학습과 공존’
다방과 스터디카페의 역사는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커피 공간이 단순히 ‘머무는 장소’로 소비될 때, 경영 위기는 반복된다. 반대로 공간의 기능을 재정의하고, 사회적 가치와 결합할 때 카페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왔다. 앞으로의 카페는 장시간 점유를 통제하는 규칙을 넘어, 학습·상담·소통이 공존하는 생활문화 기반 평생학습 공간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는 중장년층과 취약계층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포용적 공간을 만들고, 인간의 판단과 관계를 중시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HITL)’ 시대에 부합하는 해법이기도 하다. 커피 한 잔의 가치가 다시 묻고 있다. 우리는 이 공간을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갈 문화로 재구성할 것인가?
[신형숙, 한국교통대학교 직영카페 카페메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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